돈을 빌려주고 못 받은 경우 경찰에 신고(사기죄로 고소)하면 돈을 받을 수 있다고 잘못 알고 계신 분들이 있는데요. 경찰이나 검찰은 돈을 받아주는 곳이 아닙니다.
범죄라고 인정되는 행위에 대해서 조사하고 처벌이 가능한 경우 범죄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서 처벌을 구하는 것이 수사기관의 역할입니다. 그렇다면, 돈 빌리고 못 갚은 것이 처벌받을 범죄행위일까요? 아래에서 자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
목차
돈 빌려가고 안 갚는 것은 채무불이행
돈 빌리고 못 갚은 행위 자체는 민사적으로 채무불이행이라는 것이 될 뿐입니다. 즉, 돈을 못 갚았다고 해서 범죄자로 취급될 수 없고, 형사처벌을 받지도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채무불이행이란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따른 이행을 하지 않는 일을 뜻합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돈을 빌려가는 사람은 돈을 빌려준 사람과 정해진 기한 내에 갚기로 하는 계약을 한 것인데, 빌려간 사람(채무자)이 돈을 갚지 않았기(채무의 내용에 따른 이행) 때문에 채무불이행이 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돈을 빌려주고 못 받은 경우, 사기죄로 고소할 수 있는 경우는 어떤 경우일까요?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단순한 채무불이행이 아닌 돈을 빌린 행위 자체가 사기라는 범죄행위가 될 수 있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사기죄는 기망행위라는 것을 요건으로 하는데요. 쉽게 말해 돈을 빌려준 사람(채권자)을 속여서(기망행위) 돈을 빌려갔다면 사기죄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아프셔서 병원비가 필요한데 빌려주면 다음 달 월급날에 갚을게'라고 하면서 돈을 빌려갔는데, 알고 보니 아버지가 아프지도 않으셨고, 직장도 이미 퇴사한 상태였으며, 빌린 돈을 도박으로 탕진하였다면?
이러한 경우는 채권자가 속아서 돈을 빌려줬고 돈 빌려간 사람이 채권자를 속였으니 사기죄로 처벌받아도 마땅해 보이지 않나요?
한편, 이러한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해도, 속아서 돈을 준 것이 아니고, 속이는 행위를 알고 있었지만 불쌍해서 혹은 여유가 있어서 빌려준 것이라면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상대방이 이미 날 속이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선의로 빌려준 것이기 때문에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이죠.
다시 정리하면 채무자가 채권자를 속이고(기망행위), 이에 속은 채권자가 돈을 준(처분행위) 경우에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는 것입니다.
돈을 빌릴 당시에는 속인 게 전혀 없지만 이후에 이 핑계 저 핑계 대고 거짓말도 하면서 돈을 갚지 않는다면 사기죄가 성립될까요?
이때도 사기죄가 성립되기는 힘든데요. 속아서 돈을 건네준 사기행위가 처벌의 대상이므로, 속아서 돈을 준 것이 아니고 이후 돈을 갚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은 사기죄가 예정하고 있는 처벌 대상 행위가 아닙니다.
다만, 변제기(돈을 갚아야 되는 시기)를 미루기 위해서 지급할 의사와 능력이 없음에도 어음을 발행한 경우를 사기죄로 처벌한 예가 있습니다. 돈 빌려준 이후 별도의 기망행위에 의해 변제기 유예라는 별도의 처분행위를 한 것이 인정된 사례입니다.
위와 같이 대여금 사기의 경우에는 채무자가 돈을 빌리고 나서 갚을 의사가 있었는지, 갚을 능력이 있었는지를 주로 문제 삼습니다. 갚을 의사와 능력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돈을 빌려가면 이를 기망행위로 보고 처벌 대상으로 삼습니다.
사실 갚을 의사(지불의사)는 채무자의 주관적인 영역이므로 채무자가 자신의 의도를 말해주기 전엔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채무자의 주관적 의사는 객관적인 사정 즉 지불능력이나 채무자의 현재 상황들을 기초로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자나 전화통화로 "언제까지 갚을게. 조금만 기다려줘."라고 수차레 얘기했거나 이자를 수회 지급한 내역이 있다면 돈을 지급할 의사는 있었다고 보입니다. 대부분이 이런 경우일 텐데요
이자나 원금의 일부를 갚다가 못 갚는 경우에는 사기죄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보셔야 합니다. 이런 경우는 채무자가 돈을 빌릴 당시에는 돈을 갚을 의사가 있었고, 능력도 있었지만 사정이 안 좋아져서 어쩔 수 없이 돈을 갚지 못한다고 보게 되는 것이죠.
한편, 지불능력은 빌린 돈의 규모와 채무자의 현재의 처지 등을 고려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10만 원 이하의 소액의 돈을 빌린 것이라면 돈 갚을 능력이 없음을 입증하는 것이 오히려 힘들겠죠? 처벌될 수 있는 예는 2,000만 원을 빌리면서 "1달 뒤에 이자 5%를 더해서 일시에 갚을게"라고 했는데, 빌릴 당시에 이미 실직했거나 신용불량 상태가 되었다면 지불능력이 없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돈을 빌려주고 못 받았을 경우에 채무자를 사기죄로 고소하여 처벌받게 하려면 법에서 정하고 있는 사기죄의 요건을 갖춰야 합니다. '돈을 빌려주고 아직도 못 받았으니 채무자를 처벌해 주세요'라는 식으로 고소장을 작성해서 경찰서에 제출하면, 수사기관에서 처리할 사건이 아니라는 이유로 고소장이 반려될 수도 있습니다.
돈을 빌려주고 못 받는 경우에 정말 억울하실 텐데요. 억울한 마음에 고소를 하면 돈을 갚겠지라는 심정으로 사기죄의 요건을 갖추지도 않았는데 고소를 하게 되면 상대방이 처벌을 받지 않는 것은 물론, 조사를 받으면서 재산을 숨기거나 앞으로 절대 갚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는 등 오히려 고소를 하지 않은 것만 못한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돈을 빌려주고 못 받은 경우 상대방이 나를 속이는 경우와 같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민사소송으로 해결을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으로 보입니다.
돈 빌리고 못 갚은 것이 처벌받을 범죄행위인지에 대해 알려드렸습니다. 사기죄와 같은 범죄가 성립되는지는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혼자서 고민하지 마시고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정확하게 판단 후 상황에 맞춰 고소를 할지 민사소송을 제기할지 여부를 결정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